[실적 총괄] ‘형보다 나은 아우’ 기아의 독주와 현대차의 주춤
대한민국 완성차 업계를 이끄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2026년 상반기 성적표가 마침내 공개되었습니다. 결과는 한 지붕 아래 두 형제의 희비가 완벽하게 엇갈린 ‘반전의 판도’였습니다. 늘 ‘형’인 현대자동차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기아가 창사 이래 역대 최대 상반기 판매 실적을 갈아치우며 시장을 리드한 반면, 현대차는 안방인 내수 시장에서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하며 역성장의 늪에 빠졌습니다.
7월 1일 발표된 양사의 실적에 따르면 기아는 올해 상반기(1~6월) 국내외 시장에서 총 163만 988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라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반면 현대차는 상반기 글로벌 총판매량 196만 6,267대에 그치며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했습니다. 특히 현대차의 아킬레스건은 국내 시장이었습니다. 현대차의 상반기 내수 판매는 10.8% 뚝 떨어졌으며, 6월 한 달간 판매량마저도 전년 동월 대비 5.9% 감소해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 연속 역성장’이라는 뼈아픈 기록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기아 승인] ‘역대 최대’ 실적 이끈 두 바퀴, SUV와 친환경차(EV3·HEV)
기아가 상반기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완벽하게 갖춰진 ‘SUV 라인업’과 거침없는 ‘전동화 모델(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의 독주’ 덕분입니다. 기아는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 현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상반기 국내에서만 전기차 7만 2,078대를 판매하며 역대 상반기 최다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기아가 일궈낸 연간 전기차 총판매량(6만 820대)을 불과 6개월 만에 뛰어넘은 수치입니다.
그 중심에는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뒤흔든 EV3(1만 8,431대 판매)와 EV5, 그리고 맞춤형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인 PV5의 폭발적인 인기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전통적인 효자 차종인 스포티지가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30만 대 이상 팔려나갔고, 국내 내수 1위를 수성한 쏘렌토(8,561대)와 셀토스, 카니발로 이어지는 하이브리드(HEV) 라인업이 탄탄하게 받쳐주면서 기아는 판매량과 수익성을 모두 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대차 분석] 안방서 흔들린 발목, 부품 수급 리스크와 9개월 연속 역성장
반면 현대차가 안방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한 것은 수요 자체가 줄었다기보다는 예기치 못한 ‘공급망 차질’과 ‘신차 대기 수요’가 맞물린 탓이 큽니다. 상반기 내내 일부 핵심 협력사의 부품 수급 이슈가 불거지면서 팰리세이드, 제네시스 G80 등 계약 물량이 대거 밀려 있는 고부가가치 차량들의 출고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사고 싶어도 차를 받지 못하는 병목현상이 실적 감소로 직결된 것입니다.
동시에 소비자들이 하반기 대형 신차 출시를 기다리며 관망세로 돌아선 점도 내수 부진을 심화시켰습니다. 현대차는 6월 한 달간 그랜저(1만 62대), 쏘나타(5,102대) 등을 필두로 방어선 구축에 나섰으나, 기아의 강력한 RV·친환경차 공세와 수입차 브랜드들의 파격적인 할인 프로모션에 밀려 내수 점유율 방어에 난항을 겪어야 했습니다. 글로벌 핵심 시장인 미국 등지에서는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우며 선전했음에도, 가장 중요한 안방 시장에서의 부진이 전체 실적을 끌어내리는 발목을 잡았습니다.
[하반기 전망] 판도 뒤집을 카드…그랜저 출격 vs 신형 전기차 라인업 대격돌
업계 전문가들은 하반기 자동차 시장의 관전 포인트로 현대차의 ‘공급망 정상화 속도’와 양사의 ‘신차 맞대결’을 꼽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상반기에 묶여있던 대기 물량을 빠르게 털어내는 동시에 대한민국 대표 준대형 세단인 ‘더 뉴 그랜저’의 본격적인 출고를 통해 반격의 서막을 엽니다. 또한 국민 준중형 세단인 아반떼 신형 모델과 제네시스의 상품성 개선 모델을 잇달아 투입하고, 대세로 자리 잡은 하이브리드(HEV) 모델의 생산 비중을 대폭 늘려 기아에 빼앗긴 친환경 주도권을 차근차근 되찾아오겠다는 전략입니다.
기아 역시 방어전이 만만치 않습니다. 상반기 대성공을 거둔 EV3와 하이브리드 SUV 라인업의 출고 모멘텀을 하반기에도 유지하는 한편, 지역별 맞춤형 전동화 전략으로 굳히기에 들어갑니다. 과연 현대차가 하반기 신차 총공세와 공급망 정상화를 통해 안방 왕좌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기아가 하반기에도 기세를 이어가 2026년 전체 자동차 시장의 최종 승자가 될지 양사의 치열한 2라운드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